설이 지났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야 설 연휴 끝난지 한참 되었겠지만, 중국에 있는 나로서는 오늘이 설 연휴의 마지막 휴일이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출근해 다시 또 일상이 시작된다. 설 연휴가 끝나니 이제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누가 혹시나 모르고 있을까 새해라고 폭죽이 여기저기서 펑펑 소리를 내며 터진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고, 이 곳에서 또 새해를 맞았구나. 한국에서 보낸 일주일은 이제 끝, 현실이다, 정신차려라 하고 울려대는 경고음 같이. 그런데, 오히려 그 펑펑 터지는 폭죽소리가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꿈 속에 있는 기분.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좀 정신이 차려지려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야 할 경험이겠지만, 언제쯤에야 일상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작년 4월에 결혼을 하고 중국에서 지내느라 사실 그 동안 별로 내 삶의 변화 같은 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평소에 내가 자각하고 있던 변화라면 내가 주위에서 어울리는 사람들 중 기혼자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 정도. 하지만 외국이라는 제한된 지역이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이들이 아니라 이곳에 와서 알게된 이들이기 때문에 그게 큰 변화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설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 동안 너무도 큰 변화를 갑자기 겪었다.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갑자기 변해 나 자신이 정말 내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나를 부르는 호칭이 너무 많이 늘어나 버렸고, 그 호칭들이 요구하는 나의 모습이나 태도,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게 없던 많은 관계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주어졌다. 결혼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중국에 있느라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설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겪느라 이렇게도 생소하고 혼란스러운 것인지.. 다들 이렇게 느끼고 살아가는 건지, 나만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에 대해서 얘기해 준 적은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아닌 전혀 모르던 어떤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얘기해 준 적은 없었다.
시어머니와 전을 굽고 있다가도, 남편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도, 할머니에게 세배를 하다가도, 사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문득 문득 비현실감이 들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진짜 나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부르는 사람이 바라보는 사람이 정말 나인지, 내가 이 자리에 있는게 맞는건지, 내 옆에 이 사람들이 있는게 사실인지 문득 문득 헷갈렸다.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순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들키지 않고 해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역할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어 나는 내가 아닌 여러 타인의 삶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어떤 건지 몰랐으니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해야 맞을 거다. 이렇게 큰 혼란일 줄 몰랐다. 정말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결혼이라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삶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될 줄은 몰랐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 처럼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기만 했다. 갑작스럽게 제 모습을 드러낸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갑작스런 변화가 주는 비현실감과 비현실감 때문에 생긴 불안함으로 내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 자신이 여러 파편으로 쪼개져 결국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튼 다시 중국에 돌아왔다. 펑펑 터지는 폭죽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좀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아직도 몹시 혼란스럽고 힘이 든다. 앞으로 또 마주치게 될 시간들이 불안하고 두렵다. 나라는 인간에 대한 역할 정의가 다시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고 그저 먹먹하다.. 새롭게 주어진 역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아무래도 좀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야 할 경험이겠지만, 언제쯤에야 일상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작년 4월에 결혼을 하고 중국에서 지내느라 사실 그 동안 별로 내 삶의 변화 같은 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평소에 내가 자각하고 있던 변화라면 내가 주위에서 어울리는 사람들 중 기혼자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 정도. 하지만 외국이라는 제한된 지역이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이들이 아니라 이곳에 와서 알게된 이들이기 때문에 그게 큰 변화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설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 동안 너무도 큰 변화를 갑자기 겪었다.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갑자기 변해 나 자신이 정말 내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나를 부르는 호칭이 너무 많이 늘어나 버렸고, 그 호칭들이 요구하는 나의 모습이나 태도,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게 없던 많은 관계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주어졌다. 결혼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중국에 있느라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설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겪느라 이렇게도 생소하고 혼란스러운 것인지.. 다들 이렇게 느끼고 살아가는 건지, 나만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에 대해서 얘기해 준 적은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아닌 전혀 모르던 어떤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얘기해 준 적은 없었다.
시어머니와 전을 굽고 있다가도, 남편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도, 할머니에게 세배를 하다가도, 사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문득 문득 비현실감이 들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진짜 나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부르는 사람이 바라보는 사람이 정말 나인지, 내가 이 자리에 있는게 맞는건지, 내 옆에 이 사람들이 있는게 사실인지 문득 문득 헷갈렸다.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순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들키지 않고 해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역할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어 나는 내가 아닌 여러 타인의 삶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어떤 건지 몰랐으니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해야 맞을 거다. 이렇게 큰 혼란일 줄 몰랐다. 정말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결혼이라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삶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될 줄은 몰랐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 처럼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기만 했다. 갑작스럽게 제 모습을 드러낸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갑작스런 변화가 주는 비현실감과 비현실감 때문에 생긴 불안함으로 내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 자신이 여러 파편으로 쪼개져 결국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튼 다시 중국에 돌아왔다. 펑펑 터지는 폭죽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좀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아직도 몹시 혼란스럽고 힘이 든다. 앞으로 또 마주치게 될 시간들이 불안하고 두렵다. 나라는 인간에 대한 역할 정의가 다시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고 그저 먹먹하다.. 새롭게 주어진 역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아무래도 좀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태그 : 정체성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