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이 되고, 난 조금 한가해졌다. 사실, 내 일이라는 것이 꾸준히 열심히만 한다면 그렇게 힘들 일은 아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보기 전날 벼락치기 하던 습관은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했다. 아마도, 평생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또 작심 삼일 쯤 되버리고 말겠지만, 귀찮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매일 매일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 달 중에 초반 8일 여행을 다녀왔던 댓가였을까. 10월은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도, 느리게 가는 것도 못마땅한 한달이었다.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들이닥친 손님들. 평소에 그닥 얼굴을 보고싶진 않았지만 보름이 넘게 자리에 없으니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던 사람도 있었다. 아무 일도 없이 편히 다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출장도, 예상치 못한 일에 괜한 스트레스만 받았고. 그래 저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이어오다, 또 마지막 한 주는 보고서 더미 안에서 헤엄치다 보니, 그래 어떻게 11월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참 느리게도, 또 빠르게도 흘러간다.
11월에는 한국에 갈 일이 있다. 친구 결혼식도 보러 가야 하고. 대구에 놀러도 가기로 했다. 기대된다. 한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참 기대되는 일이다. 가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어도.(사실, 할 일은 무지 많다. 매번 게으름을 피우다 아무것도 안하고 와서 그렇지.) 그냥, 한국에 간다. 이 사실 만으로도 요즘은 삶에 활력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이 나에게 이런 기대와 흥분을 가져다 주었을까. 외국에서 일하며 살다보니 참 별 일도 다 있다.
또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항상 시간을 꽉 채워 잘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것 저것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 달에는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시작한지는 꽤 됐지만, 중단한지도 역시 꽤 됐던,,일본어를 다시 배울 것이고, 이번 연말까지는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사서 중국까지 짊어지고 와서는 아직 단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던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꼭 읽어낼 것이다. 인문학 책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예방주사와도 같은 것인데, 지속적으로 인문학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왠지 내가 너무 현실적인 속물로 변해버릴까 두렵다. 그래서 꼭 잊어버릴 때 즈음 해서 책을 한권씩은 읽어야 한다.
그리고.
뭔가 남들에게 떠벌리면서 환경보호를 외치고 다니기엔 남사스럽지만, 나 나름대로 환경보호에 기여하고자 소극적(?)으로 했던 노력들이 있었다. 뭐, 예를 들면 슈퍼에서 비닐봉지 받거나 사지 않기. 커피숍에 가면 커피는 항상 머그잔에 마시기. 손씻고 종이휴지 안쓰기. 택시 안타기. 3층까지는 걸어다니기. 뭐 그런 사소한 것들. 그런데 중국 와서 살면서 그런 소극적 노력들마저 완전히 포기하고 살았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을 포기하면서 처음에 느껴졌던 일종의 죄책감 마저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다시 다짐한다. 또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다시 실천하기로.ㅋ
또 다짐만 잔뜩 늘어놓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라도, 하고 싶었던 일들. 10월을 핑계로 미뤘던 일들 다시 시작하기.



덧글
둘둘 2009/11/11 22:00 # 삭제
소상비자 2009/11/13 01:24 #
안그러면 정말 끝도없이 늘어져서...ㅋㅋㅋㅋ
아, 죽겠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