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by 소상비자

오늘로써, 내 입 안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던 사랑니 네 개가 모두 뽑혀나갔다.어떤 것은 제 자리도 제대로 못잡고 생겨나와 한 참을 아프게 괴롭히다 결국 무자비한 각종 기계들에 의해 산산히 부서져 뽑혀 나갔으며, 어떤 것은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인데도 사랑니란 이유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저도 모르게 쑥 뽑혀버렸다. 멀쩡히 제 모습을 갖추고 뽑혀나온 두 개의 사랑니는 뽑혀서나마 제 주인 곁에 머물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입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뽑혀나온 사랑니는 유난히도 크다. 드러나 있는건 작아보여도 그 안에 커다란 뿌리가 있다. 이렇게 커다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뽑혀져 나오다니. 나야 좀 덜 아파 다행이었지만, 너도 참 별볼일 없는 녀석이다. 커다란 사랑니가 사라졌는데도 일주일만 지나고 나면 원래 없었던 것 마냥 익숙해진다. 사랑니가 뽑힌 뻥 뚫린 자리도 며칠만 지나면 원래 사랑니란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리마냥 금새 채워져 버린다. 측은하다. 제 존재를 기억하라고 아프게 하는 건가. 오늘 뽑은 사랑니 자리가 욱신거린다.